동학을 창시하신 수운 최제우 선생은 지금으로부터 160여년전 “우리나라에 나쁜 병(악질, 惡疾 )이 가득하여 백성들이 단 한때도 평안할 날이 없다”라고 탄식하시며 포덕문(布德文)을 발표하셨다.

지금 새삼스레 이 포덕문을 떠 올리는 것은, 이상하게도 현 정부들어 풀뿌리 시민들의 일상적인 삶을 위협하는 악질(惡疾) 즉 온갖 나쁜 병들이 곳곳에서 창궐하여 그 기세가 그칠 줄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2008년 온 국민을 촛불의 회오리 속으로 몰고 갔던 쇠고기협상을 필두로 아름다운 금수강산을 무자비하게 파헤치는 4대강사업과 제주 강정마을의 해군기지, 그리고 국민의 생명은 아랑곳 하지 않는 용산참사에 이어 강경일변도의 대북정책으로 인해 온 국민을 전쟁의 공포로 몰고 가기도 했다.

더군다나 후쿠시마사태 이후 전 세계가 탈핵의 기조로 가고 있는 요즘도 가카는 ‘원전이야말로 미래의 하이테크에너지’라고 강변하며 원전확대정책을 굽히지 않아 이제는 무시무시한 방사능 공포까지 함께 짊어져야 할 형편이다.

이런 나쁜 병들은 중앙정부뿐만 아니라 시민들과 함께 얼굴을 맞대고 부대끼며 호흡해야 할 작은 지방정부인 우리 상주에서도 다반사로 발생하고 있다. 난데없이 시청사를 옮긴다고 야단법석을 떨더니만, 경기도의 부자 지자체들도 실익이 없다고 포기한 상무축구단을 끌고 와서는 경제유발효과 1조원대라는 터무니 없는 말로 시민들을 현혹하고, 성차별대회로 규정 돼 여성계의 거센 반발을 사 공중파방송에서도 사라진 구닥다리 미스코리아대회를 유치한다고도 하는 등 정말 피곤한 일들이 너무 자주 벌어지고 있다.

이것도 모자라 급기야는 우리 인간에게 없어서는 안 될 생명의 원천인 물까지 민간에게 팔아 넘길려는 수작을 벌이고 있다. 물론 상주시에서는 민영화가 아니라 상수도 관리권의 일부를 공기업인 수자원공사에 위탁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 말을 누가 액면 그대로 믿겠는가?

4대강공사로 인해 부채가 2조원에서 10조원대로 늘어난 수자원공사에 상수도 관리권을 넘기면 수자원공사는 적자보전을 위해 물값을 올리려 한다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지 않은가 말이다. 더군다나 수자원공사는 현재 민영화 후보 1순위에 올라 있으므로, 상수도 관리권을 수자원공사에 위탁한다는 것은 바로 민영화를 의미한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다.

멀쩡한 인천공항도 팔아 넘길려는 이 정부가 적자투성이 수자원공사를 가만히 민영화 하지 않겠다고 한다면 그 말을 누가 믿겠는가 말이다.

이제 우리들은 수운선생이 지적한대로 악질만세(惡疾滿世, 나쁜 병이 온 세상에 가득참)의 세상을 살아가지 않으면 안되게 되었다. 그렇다면 이 ‘악질만세(惡疾滿世)’의 세상을 그저 팔짱만 끼고 지켜만 볼 것인가? 아니면 무언가 세상 변혁을 위한 시도를 해야 할 것인가? 함께 고민해 볼 일이다. /김영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