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감찬장군의 어린 시절 얘기다. 하루는 아버지를 따라 반나절을 걸어 아버지의 절친한 친구 집에 놀러갔는데 한참 기다리자 밥상이 들어 왔는데 꽁 보리밥과 된장국이 전부였다. 강감찬은 된장국에 밥을 말자 아버지는 아들을 말렸다. "맛이라도 보고 말아야지. 된장국이 너무 짜고 맛도 없는데 어쩌자고..."

"저에게 주어진 것은 제가 처리해야 합니다." 아버지는 몇 숟갈 뜨고 숟가락을 놓았지만 강감찬은 말없이 다 먹어 치우자 밖에서 아버지 친구가 방안의 대화를 엿 듣고 들어왔다. 그에게는 시집을 못간 과년한 딸이 있었다. "감찬아. 나에게 딸이 하나 있다. 너를 사위로 삼으려고 하는데 생각이 어떠냐?" "어르신이 그렇게 말씀하시면 뜻을 따라야지요."

아버지 친구는 천리 앞을 내다 보는 영능을 가지고 있고 그 딸도 아버지에 버금가는 영능자로 전술 전략에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후에 강감찬 장군이 연전연승한 것도 부인의 조언에 힘입었다는 얘기가 지금 껏 전해온다. 지금도 사위를 볼 때 음식을 맛있게 잘 먹으면 합격, 맛없이 먹으면 탈락시키는데 잘 먹는 사람은 식복이 있고 맛없이 먹으면 복이 나간다는 얘기 때문이다.

88년 서울 올림픽을 대비하여 서울시에서 주관하는 접객부 교육이 있었다. 손님들은 맞이 하는 미용실과 음식점 술집등에서 종사하는 사람은 모두 교육을 시킨 것이다 외국 손님을 맞이 하기 전 서비스 정신 함양과 국가관 확립 교육이 온종일 계속되었다. 점심은 시에서 제공하는 보리밥과 육개장 그리고 김치가 전부인데 담당자가 이런 말을 한다. "미용실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맛있다고 더 달라고 하는데 술집 나가는 여자들은 맛없다고 안먹는 사람이 많아요." 똑같은 음식이지만 음식을 대하는 태도는 모두가 다른데 '입맛'을 '살맛'이라고 말한다. 입맛이 나면 살맛도 난다는 것이다. 술집 나가는 여성들은 대부분 밤샘을 하고 참석했기 때문에 입맛이 없을 수 도 있지만 이들이 파란만장한 삶을 사는 것도 우연히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

O씨와 음식점에 가면 창피할 정도다. 맛이 왜 이 모양이냐. 서비스가 형편 없다 등등 좋지 않은 소리는 골고루 나온다. 어느 한 곳에서만 그러는 것이 아니라 함께 가는 곳마다 투정을 하는 것을 보면 이것도 습관이다. 그는 한 때 사업으로 엄청난 부를 축적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기울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완전히 몰락했다.

음식에 대한 불평문제를 20명에게 용역을 주어 조사한 결과 음식에 대한 불평을 하는 사람은 대부분 끝이 안좋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음식은 생명유지를 위해 신이 준 귀한 물질이어서 좋고 나쁘고 가 있을 수가 없는 '일용할 양식'이다.

전국에 많은 연수원이 있는데 단가가 같다보니 메뉴의 질은 어디나 대동소이하다. 안성에 있는 표준협회 연수원만은 식사 전에 음식에 대한 기도를 하는데 수강생들의 수강태도나 건강상태가 다른 연수원에 비하여 상당히 높다. 연수원에 오면 소화제나 해열제를 찾는 사람이 많은데 이곳만은 그렇지 않은 것도 특기할 사항이다. 지난 해 한글날 MBC 아나운서실에서 말에 대한 실험을 제작하여 방영했다. 아나운서들에게 밥을 담은 2개의 병에 하나는 '고마워' 또 하나는 '짜증나'라고 써 붙여 나눠 주며 말했다.

"밥에 대고 아침저녁으로 읽어 주세요. 보름 후에 수거하겠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고마워'라고 써있는 병의 밥은 모두 노랗게 발효되어 누룩이 되었는데 '짜증나'라고 써있는 병은 시커멓게 곰팡이가 생겨 있었다. 이것이 바로 말의 영향이다. 음식에 대한 불평은 자기가 앉은 식탁의 메뉴에게 영향을 주고 옆에 앉아있는 사람들의 심리와 생리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 정도면 보약도 독약이 되는 것이다. 음식투정을 하려면 먹지를 말아야 하며 먹으려면 투정을 말아야 한다.

어렸을 때 추억은 아버지에 대한 추억이 대부분이다. 위에 딸만 4명을 나란히 낳고 아들이 태어나자 부모님의 기쁨은 이루 말할 수없을 정도다. 아버지는 수십년 시골 면장을 지내다가 나와 함께 더 많은 시간을 갖으려고 사표를 내고 하루 24시간을 나와 함께 보냈다. 이무렵 잔치집에서는 아버지를 꼭 초대했고 어린 나는 항상 따라 다녔다. 가난하던 그 시절 상에 차린 메뉴는 국수와 김치 막걸리 한사발이 전부였지만 아버지의 음식에 대한 칭찬은 최상급이었다.

기업체나 단체 교육을 할 때 자기 칭찬. 서로 칭찬. 미운 사람 칭찬을 꼭 하게 하는데 그 효과는 상상을 초월한다. 음식에 대한 기도를 하고 식사를 하는 가정도 많다. 사람은 물론이고 모든 생물 무생물도 말에 대하여 감응하며 칭찬을 받으면 반드시 칭찬 받을 일을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