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에서부터 초등학교에 다니면서 셈법을 배운다. 덧셈, 뺄셈, 나눗셈, 곱셈이 기본이다. 이때 배운 셈법은 숫자놀이로만 끝나지 않는다. 인생사 살아가면서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규정하고 다루는 ‘마음가짐의 셈법’으로 이어지고 활용된다. 가까이하고 싶은 사람은 덧셈의 대상이다. 멀리하고 싶은 사람은 뺄셈, 갈라서 분류하고 정리하고 싶을 때는 나눗셈을 쓴다.

자기편과 상대편을 구분하면 나눗셈이다. 관계의 본질을 과장하면서 누구를 대한다면 곱셈을 한 것이다. 분석에서도 기본셈법은 예외 없이 작용한다. 자신에게 익숙한 관점을 고집하면서 다른 관점을 회피하는 성향을 분석과정에서 보인다면 뺄셈을 하고 있는 거다. 자신의 삶에 관해 긍정적인 것은 덮고, 부정적 측면만 이야기 한다면 뺄셈이다. 반면에 삶을 두루뭉술하게 바라보면서 자세히 들여다보려 하지않고, 넘어가려 한다면 덧셈에 치중하는 사람이다. 사람들을 전체로 파악하려 하지않고 무조건 좋은사람과 싫은사람으로 가른다면 나눗셈이다. 

느끼고 생각하는 것들을 객관적으로 보려고 하지않고 과장해서 믿어 버린다면 곱셈이다. 이미 가진것을 돌보지 않고, 못 가진것을 늘 아쉬워하면서 세월을 보내는 사람에서는 뺄셈 성향을 덧셈으로 바꿔야 분석이 성공한다. 

장점은 곱셈으로 키우고, 단점은 나눗셈으로 덮어야 삶이 덜 고단하다. 사람들이 세상의 흐름을 파악하고 대처하는 방식들도 비슷하다. 자기편과 상대편을 나누어서 ‘갈라치기’하는 것은 나눗셈이다. 자기편으로 삼은 사람에게는 ‘이익공동체 회원권’을 제공하고, 상대편에게는 분명히 드러내 보이거나 겉으로 드러나지 않게 불이익을 당하게 한다면 뺄셈이다. 상대를 매도하는 데는 곱셈이 아주 효과적이다. 

나누고 빼서 자기편의 숫자를 늘리고 상대편은 따돌려서 밀어 내치면 성공으로 착각하기 쉽다. 나눔질의 본질은 가르고 배척하는 것이 아니고 나누고 비교해서 장점과 강점을 서로 배우며 함께하기 위함이다. 나뉜다고 해서 어느 한쪽이 반드시 틀렸다는 뜻은 아니다. 정도언 정신분석가·서울대 명예교수가 이렇게 밝혔다. 예를 들어 남성과 여성, 여성과 남성 사이에 갈등이 있다고 해도 어느 한쪽이 반드시 틀릴 일도, 사라질 일도 있을 수 없다. 세대 간 갈등에서도 그러하다. 부자와 빈자의 구분에서도, 가치관이나 이념의 영역에서도,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차이에서도, 하고 싶은 일과 하기 싫은 일의 비교에서도 그러하다. 잘못된 믿음에 빠져 가르기만 하면서 같이 해야 할 일을 찢고 싸우면 필연적으로 파국을 향해 함께 치닫게 될 것이다. 

물론 익숙한 방식에서 낯선 방식으로 바꾸는 일은 쉽지 않다. 익숙한 방식은 헛된 안정감을 느끼게 한다. 일단 나누면 검은 것과 흰 것처럼 뚜렷하게 구분이 되니 정말 안심이 된다. 그러나 검은 것이 옳으면 흰 것은 틀려야만 한다. 흑백논리에 빠져 조화로움을 놓친다. 검어서 더 희고, 희어서 더 검다. 나누기 한쪽만을 살리기 위함이 아니다. 

다른 쪽을 없애기 위함도 아니다. 사랑과 미움은 사랑이 깊을수록 함께한다. 자신이 알고 이해하는 일을 다른 사람도 당연히 알고 이해하고 있을 것이라는 짐작도 조화로운 통합을 방해한다. 사람마다 지닌 고유함은 절대 무시할 수 없다. 조화로움은 나와 남이 아주 다르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추구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의 관점을 다른 사람에게 강요하거나,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배척하게 된다. 이러한 우려, ‘지식의 저주’는 전문가가 전혀 아닌 사람, 전문가는 아니나 스스로 전문가라고 착각하고 믿는 사람, 실제 전문가인 사람 모두에게 적용된다. 지식은 소통, 이해, 공유의 대상이지 일방적 전달의 대상이 아니다. 분석이든 현실 세계든 세월을 거쳐 생겨나고 굳어지고 반복되는 관점은 바뀌기 어렵다. 

누구나 알고 싶지 않은 것을 피하려고 고개를 돌린다. 본능이 차지하고 있는 공간을 줄이고 합리성으로 대치하려면 정말 애를 써야 한다. 스스로 어쩔 수 없는 불안, ‘이름 없는 두려움’이 길을 막고 방해한다. 파국이든 화합이든 무거운 대가를 치러야 한다. 물음표를 붙이지 않은 믿음과 신념은 분노나 적개심, 증오와 같은 파괴적인 본질을 품고 있어서 어디로 튈지 예측과 대비가 불가능하다. 정말 위험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