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100세 시대 노(老)부부의 황혼전쟁

 
우리 한국사회의 노인(老人)인구가 급속도로 늘고 있다. 올해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650만 시대에 접어들었다.

목하(目下), 노(老)부부들의 황혼전쟁(黃昏戰爭)이 벌어지고 있다. “남편은 화(火)를 내는 아내가 낯설고, 아내는 밥 달라는 남편이 성가시다” 요즈음 100세 시대의 시쳇말이다.

게다가 자녀가 결혼 등으로 독립하고, 부부만 함께 사는 ‘빈 둥지’ 기간도 길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노(老)부부가 서로 적응하지 못하고 심각한 갈등을 겪고 있다.

특히, 한 집에서 살지만 대화도 식사도 함께하지 않는 ‘한 지붕 별거생활’을 하는가 하면, 뒤늦게 이혼을 고려하는 70~80대 부부도 적지 않다. 빈곤과 질환 외에 노년기 부부 갈등이 100세 시대의 또 다른 어두운 그늘로 대두(擡頭)되고 있다. 이른바 황혼(黃昏)의 전쟁(戰爭)이다.

고령화사회(高齡化社會, Aging Society)란? 총 인구에서 65세 이상의 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이 7% 이상인 사회를 말한다. 그리고 노인인구가 전체 인구 중 20%를 넘으면 초(超)고령화사회라고 한다.

오는 2026년이면 우리나라는 초(超)고령화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는 급격한 출산율 저하와 의학기술 및 생활수준 향상으로 인해 평균수명(壽命)이 연장되는 바람에 ‘100세 시대’를 맞고 있다.

전문가들은 “100세 시대는 노년기(老年期)가 길어지고, 부부가 둘이 지낼 시간이 길어진다는 뜻이다.“라고 했다. 현재 노년기를 앞둔 베이비붐세대 부부가 빈 둥지에서 함께 보낼 기간은 적어도 19년~20년을 넘어설 것이라고 예측했다.

60~70대 노(老)부부들의 ‘황혼전쟁’? 자녀들이 출가 이후 둘만 사는 기간이 평균 19년, 무슨 말만 하면 싸움박질로 날마다 지옥이 따로 없다.

공무원 출신인 k모(74세)씨는 아내 j모(72세)씨와 ‘한 지붕 별거’생활 10년째이다. k씨는 연금으로, 아내는 점포 임대료를 받으며 돈 관리도 각자(各自) 한다. 텔레비전도 각 방에서 따로 본다.

아내가 남편에게 해주는 건 밥상을 차려주는 정도다. 젊을 때부터 남편 k씨는 가부장적인 성격이었다. 아내에게 ‘끼어들지마’ ‘알지도 못하면서’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아내 j씨는 젊었을 땐 이런 말을 참고 견뎠다. 한데 이제는 달라졌다. k씨가 무슨 말만 하면 같이 소리를 지르며 싸우기가 일쑤다. “무슨 말이던 하면 싸움이 된다. 그래서 아예 모르는 사람처럼 지내는 게 차라리 낫다”고 하소연 했다.

고령화 시대의 어두운 그늘은 질병과 빈곤만이 아니다. 부부 관계도 그중 하나다. 평균 수명이 늘고, 자녀가 독립하고, 부부만 사는 ‘빈 둥지 기간’이 늘면서 65세 이상 노년층 부부가 겪는 갈등이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100세 시대, 그리고 ‘빈 둥지 20년’ 시대를 맞아 나타난 새로운 현상이다. 공자(孔子)는 70세를 두고 이렇게 표현했다. 마음 내키는 대로 행동해도 어긋남이 없을 만큼 성숙하고 평온한 나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현실은 사뭇 다르다. 60~70대 노(老)부부들의 갈등은 겹겹이 쌓인 세월만큼 더 두텁고 독설(毒舌)도 더 살벌하다.
                 /조덕이 편집국장(jod4433@hanmail.net)